장애인 교육접근성의 전 생애적 매개성과 재활공학 역할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교육접근권은 학교에 입학하거나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필요한 시기에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배우고, 배운 지식과 기술을 일상생활과 사회참여에 활용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교육접근이 이루어진다.
교실에 들어갈 수 있더라도 교재와 수업을 이해할 수 없고, 의사소통 수단이나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자신의 삶에 필요한 내용을
배우지 못한다면 교육접근권은 온전히 보장된 것이 아니다.
교육접근권은 학령기에 한 번 보장하고 끝나는 권리도 아니다. 사람은 영유아기와 학령기뿐 아니라 대학 진학, 취업, 자립생활, 가족 형성,
직업 전환, 성인기의 장애 발생과 노화에 이르기까지 삶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의 교육접근성은 학교 배치나 졸업 여부가 아니라 생애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배움에 접근하고,
그 배움을 다른 권리의 행사로 전환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장애인의 교육접근권을 전 생애적 매개권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장애인이 평생 배우고, 그 배움을 정보·건강·노동·이동·관계·
문화·시민참여의 권리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교육은 장애인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정보를 이해하며, 이동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일하고 관계를 맺으며, 문화와 공공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접근권은 다른 권리와 나란히 놓인 하나의 권리를 넘어 정보접근권·건강권·이동권· 노동권·자립생활권·문화권·정치참여권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전 생애적 매개권이다.
교육배제는 생애 전반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직업 선택과 고용 안정성, 소득과 사회참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장애인이 교육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특정 시기의 학습기회를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후의 진학, 직업훈련, 노동시장 참여, 정보 이용, 건강관리와 사회적 관계형성의 기회까지 제한될 수 있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25세 이상 장애인의 대학 이상 학력 비율은 17.4%였고, 25세 이상 65세 미만에서는 29.0%였다.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국가구 평균의 63.3% 수준이었으며, 장애인의 17.3%는 최근 1년 동안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서 15세 이상 장애인의 고용률은 34.5%, 15~64세 장애인의 고용률은 49.4%였고, 장애인 취업자 가운데
단순노무 종사자가 3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가 교육수준과 소득·건강·고용 격차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의 차별, 접근하기 어려운 교통과 사업장,
부족한 소득보장과 활동지원, 보조공학서비스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교육에서의 배제가 다른 사회적 장벽과 결합하면서 생애 전반의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은 분명하다.
따라서 교육은 장애인을 기존 노동시장에 맞추는 직무훈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근로계약서를 이해하고 합리적 편의를 요구하며, 보조공학기기와 근로지원인을 활용하고, 노동권 침해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포함해야 한다.
교육은 장애인이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조건을 협상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애 단계에 따라 필요한 교육과 권리가 달라진다
영유아기에는 의사소통과 관계 형성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동에게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을 제공하고,
운동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적절한 자세유지와 접근 가능한 놀이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자신의 욕구와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놀이와 학습에 참여하게 하는 최초의 교육접근이다.
학령기에는 교과교육뿐 아니라 또래관계, 학교행사, 여가활동과 진로 탐색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점자·수어·자막·음성·쉬운 정보·
AAC·보조공학기기와 접근 가능한 디지털 교재가 제공되지 않으면 장애학생은 교실에 있어도 수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교육 참여는 출석이나 교실 배치가 아니라 수업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또래와 상호작용하고,
학교의 다양한 활동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청소년기와 성인기 전환에서는 교육이 대학 진학, 직업훈련, 고용과 자립생활을 연결해야 한다. 학교에서 사용하던 의사소통기기나 컴퓨터 접근장치를
졸업과 동시에 잃거나, 새로운 기관에서 지원 필요를 처음부터 다시 증명해야 한다면 교육의 성과는 다음 단계로 이전되지 못한다.
전환교육에는 교육과정뿐 아니라 보조공학, 활동지원, 교통, 주거, 보건의료와 고용서비스의 연속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성인기에는 평생교육과 직업 재교육, 디지털·금융·법률·건강 문해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 복지급여 신청, 금융거래, 의료 예약, 근로계약과 공공 민원이
디지털 환경으로 이동하면서 교육배제는 정보와 서비스의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나 질환으로 성인기에 장애를 갖게 된 사람에게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읽고 쓰고, 이동하고, 의사소통하고 일하는 방법을 배울 권리가 있다.
노년기에도 교육접근성은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 감각·운동·인지기능의 변화에 맞춰 보조기기와 생활방식을 다시 조정하고, 만성질환 관리,
디지털 행정과 금융서비스, 금융사기 예방,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이용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접근권은 졸업할 때 소멸하는 권리가 아니라
신체와 환경, 기술과 사회적 역할이 변화할 때마다 다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다.
문해력과 생활교육은 권리행사의 기반이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에 한정되지 않는다. 복지급여 신청서와 근로계약서를 이해하고, 의료정보와 진료 동의서를 판단하며,
선거공보와 정책자료를 읽고, 차별이나 인권침해 경험을 기록해 구제를 요구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문해력은 개인이 경험한 불편과 차별을 권리의 언어로 바꾸어 사회에 요구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문해교육의 내용은 생애 단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아동기에는 욕구와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의사소통 문해,
청소년기에는 진로·노동·관계와 성적 자기결정에 관한 문해, 성인기에는 금융·법률·의료·디지털 문해, 노년기에는 돌봄과 만성질환 관리 및
디지털 사기 예방을 위한 문해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를 이해할 책임을 장애인 개인에게만 부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은 점자·수어·자막·음성·그림과 상징·쉬운 정보·AAC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의 문해역량을 높이는 교육과 사회의 정보접근성을 개선하는 정책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디지털 문해도 전 생애 교육접근성의 핵심 요소다.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일반 국민을 100으로 보았을 때
장애인의 종합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83.5였다. 기기와 인터넷 중심의 접근 수준은 98.1이었지만 실제 이용능력을 나타내는 역량 수준은 76.1이었다.
이는 기기를 보유하거나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만으로 디지털 교육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교육은 특정 기기의 조작법을 한 번 가르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화면읽기, 음성입력, 스위치, 시선추적, 자막과 AAC의 사용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허위정보 판단, 온라인 사기와 디지털 성폭력 대응, 접근할 수 없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의 개선을 요구하는 방법까지 포함해야 한다.
일반교과와 생활교육도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생활교육은 일반교과를 대체하는 낮은 수준의 교육과정이 아니다.
국어교육은 복지·의료·근로계약 문서의 이해와 민원 작성으로, 수학교육은 급여·예산·요금과 시간 관리로 연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