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고속도로 셀프주유소, 셀프주유기 장애인 이용 어려워
도로공사, 218개소에 장애인, 고령자 등 위한 QR 호출 주유도움 서비스
차량 안에서 요청하면 직원이 오는 차량·운전자 중심 서비스로 바뀌어야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 2일 전국 재정 고속도로 셀프주유소 218개소에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을 위한 QR 호출 주유도움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정 고속도로란 재정(세금)으로 건설, 운영되는 고속도로로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를 말한다. 민자 고속도로가 아닌 고속도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재정 고속도로 셀프 주유소는 226개소이며, 96%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셀프주유소가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서비스를 QR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보건복지부와 여러 차례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협의하거나 안내하는 것이 상당히 문제라는 것이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장애인 접근성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상당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인데, 법적 해석의 권리를 가진 주무부서라는 권위를 지키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법 취지나 장애인 편의성과는 무관하게 오히려 접근성을 해치는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키오스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를 끝까지 음성안내장치란 용어를 고집하면서 음성유도기와는 다르다며 이미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에 바로 전면에 도달했을 경우에만 뒤늦게 음성으로 위치를 안내하는 센서도 무방하다고 유권해석해 주고, 번복할 수 없어 잘못 해석한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잘못 유권해석해 준 것에 대한 질의에 대해 답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답변 시간 연장을 하더니 답변을 기다리는 것을 묵살하고 아예 무응답을 하고 무시해버리기로 했다.
장애인 접근성에 대하여 오히려 주관부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장애인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억지 같은 말을 하는 이유는 셀프주유기의 경우 조차도 협의한 결과가 장애인의 접근성을 막고 흉내만 내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무늬만 장애인 이용 가능이고, 홍보용으로는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장애인에게는 전혀 이용할 수 없는 불편 서비스다. 그러니 장애인은 더욱 화가 난다.
셀프주유기는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에 해당한다. 장애인 등의 접근성을 위해 디지털 포용법에서는 장애인접근성 인증심사를 통과한 제품을 사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접근성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소상공인 영업점이 아닌 경우 반드시 장애인 접근성 인증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도움 호출벨과 음성안내장치를 의무적으로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죽암휴게소 부산방면 EX-OIL 셀프 주유기와 QR 코드 링크 화면. ©서인환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장애인 등의 접근성을 자세히 설명하면 죽암휴게소 부산방면 EX-OIL 현장 확인 결과, 주유기 전면에 QR, 호출벨, 도움 전화번호 안내가 있었다. 호출벨과 카드 투입부 위치가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었다. 운전자가 하차하여 기립 자세에서 이용하는 위치이므로 운전석에 앉아 하차하지 않고 이용해야 하거나 휠체어에 앉아서 셀프주유기를 이용하는 경우 위치가 낮지 않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촬영했다.
스마트폰의 웹이 열리는데, 주유소명과 전화번호, 고객만족도 조사 화면이 링크되었다. 현재 어느 휴게소에 와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주유소명은 도움을 주는 정보가 아니다. 전화번호는 QR 코드가 아니어도 별도로 전화번호가 안내되고 있으니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QR 코드를 촬영할 일도 아니다.
장애인은 고객만족도에 주유기 이용이 어렵다는 만족도 조사 응답을 작성하기 위해 QR 코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접근성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고객만족도 조사 화면이 나오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만족도 조사 링크 QR 코드를 만들어 놓고 장애인 등을 위한 접근성을 갖추었다고 보도자료를 내었다니 놀랍다.
주유기와 차량 정차 위치를 함께 보면 휠체어를 하차하여 주유기 사용을 위해 회전을 하려면 차량을 주유기에서 멀리 세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차하면 인접 라인과 차량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장애인 차량의 경우 하차하지 않고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셀프주유소 현장에서 QR을 촬영하여 전화번호를 알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는 ‘원터치 도움요청→접수 확인’ 같은 메뉴 화면이 필요하다.
QR과 전화번호는 주유기 본체에 있고 기존 호출벨은 조작부 인근에 있다. 오른쪽에 주유구가 있는 차량에서는 운전석이 반대편이 되어 셀프주유를 시도하다가 도움이 필요하여 호출할 경우 장애인 접근이 어렵다. 호출벨은 운전석에서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주유기 진입 입구에서 미리 누를 수 있도록 하면 좋겠고, 호출벨은 주유기 좌우 여러 곳에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드 결제 조작 영역은 높이와 시야각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의 상지 기능과 몸통 균형에 따라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낮은 위치뿐 아니라 차량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호출수단이 필요하다.
국내 우수 사례로는 제주도를 들 수 있다. 제주도에는 58개소의 셀프주유소가 있는데, 장애인 차량 등이 도움을 받으려면 비상등을 켜고 진입하면 된다. 셀프주유소가 상호 약속을 하여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천안시의 경우 52개 희망주유소에서 QR 코드와 전화가 연계돼 바로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R이 도움벨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육·공군 교환서비스(AAFES)에서 Fuel Call(운전석 창문에서 누르는 대형 버튼)으로 호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에서는 Shell·fuel Service(방문 전 지원 확인 -> 도착 알림 -> 대기시간 회신)처럼 차량 안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 실제 운영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미국 Fort Belvoir Express의 셀프 주유소 도움벨(기기 옆에 별도로 있음). 오른쪽은 영국의 Shell 지원 페이지의 실제 앱 화면으로 ‘Ask For Assistance’은 방문 전 지원 사전 신청, ‘I’ve Arrived!‘는 도착 알림, 직원이 몇 분 안에 나오는지 대기시간 회신 순서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으며, 스마트폰이 없어도 자동 음성전화·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서인환
한국도로공사의 셀프주유기에서의 장애인 등의 접근성 서비스는 장애인이 주유기로 접근하는 ‘주유기 중심’ 구조이며, 실제 해법은 차량안에서 요청하면 직원이 차량으로 오는 ‘차량 중심’ 또는 ‘운전자 중심’ 서비스로 바뀌어야 한다.
전국 공통 ‘교통약자 접근가능 셀프주유소 운영기준’을 마련하여 법령·고시·운영지침 등에 최소 서비스 기준을 명문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런 지침이나 기준 마련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의 참여 없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맙게 받으라고 한다면 현재처럼 그림의 떡을 만드는 예산 낭비만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없는 서비스만 못한 불편한 서비스는 제공자의 책임도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보건복지부가 져야 한다. 이제 일방적으로 강제로 먹이는 음식은 그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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