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동계체전, 선수는 관중이 필요하다
【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오는 14일까지 나흘 동안 강원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열린다. 공식적인 대회 시작은 지난 11일이었지만 컬링처럼 경기가 많은 일부종목은 한주 전부터 사전경기가 시작됐다. 동계체전은 올해 22회째로 17개 시도의 총 1,135명 선수단이 7개 종목에 참가해 순위 다툼을 하게 된다.
지난 2월11일 휠체어컬링 더블믹스 경기에서 우승한 경남 소속 조민경·정태영선수의 우승 직후 기념촬영 모습. ⓒ이현옥
스포츠 행사는 순위가 아무래도 중요한데 특히 소속 시도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작년 동계체전 순위는 서울이 종합우승을 했고, 그뒤는 경기, 강원도 순이었다. 하계체전과 마찬가지로 1,2등은 항상 서울과 경기가 엎치락 뒤치락이고 동계체전은 강원도가 3위를 하는 양상이다. 강원도는 경기장 여건과 휠체어컬링, 파라 아이스하키 같은 동계종목에서 우위에 있는 팀을 보유하고 있어 성적이 좋다.
체전은 종합순위제를 적용한다. 금 몇 개, 은 몇 개 이런 식의 계산이 아니라 단체종목이나 팀 종목에 점수를 더 많이 주는 형식이라 단체팀의 분발이 소속 시·도에 기여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스키나 빙상 같은 개인종목도 중요하지만, 단체팀 선수와 종목육성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된다.
개인 종목보다는 팀 종목이 아무래도 육성이 더 어렵고 투자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은 전국체전 개최의 기본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 전국체전은 장애·비장애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종목’의 활성화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다 프로 무대에서 뛸 수는 없는 것이고, 특히 학교체육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의 무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규모의 대회는 소속 시·도의 순위를 매김으로써 직장운동경기부가 그 설자리를 확보하게 되며, 보다 궁극적으로는 스포츠 활동이라는 국민의 기본 영역에 대한 ‘지킴이 역할’도 하게 된다. 등수를 매기다보니 각 시·도가 명예를 걸고 소속선수 육성과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데, 이렇다보니 승부에 욕심을 내서 가끔 부작용도 일어난다.
전국체전은 종합 순위제를 적용함에 따라 17개 참가 시·도의 경쟁 아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다. 사진은 전국장애인동계체전 시상식 현장의 메달 모습. Ⓒ이현옥
부작용이라 하면 과열경쟁도 있지만, 일단 상위권에 들어야 예산과 지원이 늘어나는 중요한 이슈가 있다. 일부 지자체는 상당한 액수의 포상금을 약속하기 때문에 다소 선을 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수 선수를 빼오는 것이다. 선수가 반드시 본인이 나고 자란 고향 소속으로 나오란 법은 없다 보니 소위 말하는 이적료를 주고 선수의 소속지를 옮기는 일이 생긴다.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서 주민등록지 거주 기한 등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장애인스포츠에서는 선수가 워낙 없으니까 생활체육지도자가 지역에서 꿈나무를 공들여 발굴해서 만들어 놨는데 타시·도에서 데려갔다는 말도 자주 나오는게 현실이다. 때로는‘체전용 선수’라고 해서 국제무대에 나서지 않고 전국체전 순위 안에만 들어 국내경기를 평정해 제법 큰 액수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있다.
비장애인 선수가 아닌 장애인 선수들에게 그런 일이 있다니 장애인은 비인기종목이 대부분일텐데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장애인스포츠의 발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왜냐면 비장애인 전국체전과 장애인 전국체전은 이제 동급으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 2월 12일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여자 시각장애 부문 알파인 회전 경기에 참가한 최사라 선수(우), 가이드 어은미(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민체육진흥법의 같은 테두리 안에서 지원되고 육성되는 대회로 지자체 입장에서는 비장애인 선수들의 치열한 각축장에서 성적을 내는 것보다 장애인 종목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체전을 마치고 소속 시도로 돌아가면 그 입상 순위의 평가에는 장애·비장애 차별이 크지 않으니 장애인 종목이 오히려 매력적이고,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아마추어 종목 육성과 장애인복지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물론 이 덕분에 지역의 재가 장애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고 엘리트 선수들은 실업팀 소속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론적으로 그 혜택을 장애인 선수들이 누리는 순기능이 분명 있는 것이다.
‘체전용 선수’라는 다소 씁쓸한 단어는 국제대회 경쟁력 없이 국내 체전 입상을 주요업으로 하는 직장운동경기부의 ‘직장인’ 같은 존재를 빗대서 하는 말이다. 소속 시도의 순위경쟁이 과열되면서 빚어진 현상이기도 한데, 우리나라 100m 육상기록이 그래서 안깨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선수들에게도 이런 말이 해당 될까?
장애인 선수들은 그렇게까지 사례가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보다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장애인 선수들은 스포츠 등급을 받고 같은 카테고리의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데, 스포츠 등급이라는 것은 신체의 운동기능에 대한 고유 번호를 의료전문가에게 받는 것을 말한다. 국내대회에서 등급을 받은 후에 국제 대회에 나가면 다시 한번 심사를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좀더 엄격하고 세밀한 과정을 거처 본인의 동급이 국제인증을 받아야 앞으로의 모든 국제대회에서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나 산하 국제경기연맹도 이 부분이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게 아니라 혼선이 많아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그 규정을 촘촘히 다져나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2월 10일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결승전이 열린 강릉컬링센터의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다Ⓒ대한장애인체육회
선수등급을 부여할 때 C(Confirm), R(Revew) 등을 부여하는데 C를 받으면 다시 바뀔 가능성이 없고, 진행성 장애이거나 운동기능 판단이 애매하면 R을 주고 다음 대회 때 다시 검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예전에 이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시기에 스포츠 등급을 받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서 자신의 등급이 바뀌는 일이 왕왕 일어나고 이로 인해 경기를 뛰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 자신의 등급보다 경증으로 판정을 받으면 신체조건이 자신보다 나은 선수들과 경기를 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되버리는거다.
등급이 낮아지면 몸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다는건데, 실제 경기에서는 불리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받은 스포츠 등급이 뒤집힐까봐 국제대회에 안나가는 선수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몇 년 전 하계장애인체전에서 수영 다관왕으로 MVP까지 받았던 선수가 국가대표 훈련 소집에 불응하고 국내대회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선수가 국내용이든 국제용이든 그 만큼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국가적, 사회적 비용이 들어갔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양심문제라기에는 이 선수가 국내에서 거두는 성적만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크니, 누가 나서서 뭐라 못하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스포츠가 발전하면서 장애인 누구에게나 스포츠복지 서비스가 돌아가려면 이러한 폐단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등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선제적으로 국제등급분류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규정을 만드는 한편 전문가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수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이번 동계체전은 지난해 3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강원특별자치도가 협약을 맺어 강원도 전역에서 개최되는 첫 대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5년간 이 협약은 유효하고 그동안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했던 개회식도 제10회 대회 이후 처음으로 강릉에서 개최됐다.
2월 11일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남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km 신지환 선수 경기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스키장은 산속에 있어 아무래도 대중적인 접근에 제약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눈바람을 맞으며 설원을 달리는 설상종목 선수들이 관중없이 외롭게 경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대적으로 추위가 덜한 강릉컬링센터와 아이스하키센터 역시 텅빈 관중석에서 언몸을 녹여주는 것은 관계자들이 두손에 쥐어준 핫팩뿐이었다.
특히 2018 평창 패럴림픽에서 파라 아이스하키가 최초의 메달(동)을 따고 목이 터져라 애국가를 불렀던 그 경기장을 사전경기가 열리는 지난 10일 방문했다가, 관중과 대회관계자를 다 헤아려도 링크에서 경기중인 양팀 선수 숫자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이번 동계체전부터 대회를 주관하며 강원도교육청이 경기장 곳곳에 노출되고 있다ⓒ이현옥
이번 대회를 강원도가 치루며 경기장 곳곳에는 강원특별자치도 교육청을 새긴 보드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우리 동계체전에는 왜 어린 학생들이 패럴림픽처럼 관중석에서 장애인선수들을 응원하지 않는걸까?
모든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레거시 사업에는 유소년 인식개선 교육사업이 IOC와 IPC의 철저한 매뉴얼 아래 진행상황을 체크받고 또 성과물을 촘촘히 보여줘야만 한다. 권장사항이 아니고 강제의무라는 이야기이다.
강원도가 교육청과 협업해 내년에는 유소년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을 동계체전 현장에서 해보기를 권유해 본다. 교실에서 교과서만으로는 할 수 업는 일을 분명히 해낼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을 앞둔 국내 전초전으로 강원도의 눈과 얼음에서는 선수들이 빛나는 경기를 하고 있다. 좋은 경기를 모두가 함께 즐기며 응원하기, 강원도가 자부심으로 만족하기, 그 중심에 도민들이 함께 하는 전국장애인동계체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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