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1년, 종합조사 개편 '충돌'
장애등급제 폐지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정부와 장애계가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 개편안 두 가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최대 16시간을 받을 수 있는 1구간 장애인이 없다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최중증장애인을 위한 ‘최상위 구간’을 두거나, 모두 1구간씩 올리자는 안을 두고 고시개정위 안에서도 의견이 첨예한 것.
특히 “예산을 늘려서 1구간씩 올리자”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의 주장에, 정부에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단체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후 1년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종합조사가 장애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며 유형별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이 많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장애유형별 형평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지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조사 1구간 0명, 대부분 ‘하위권’
그러나 새롭게 도입된 종합조사는 의학적 관점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인정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합조사 도입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정조사에서 받았던 활동지원 시간이 종합조사를 통해 재판정받으며 줄어드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이러한 피해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더욱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고시개정위원회 3차 회의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갱신 또는 변경하거나 신규 수급자 2만4918명 대상 종합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합점수 465점 이상인 1구간(월 480시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고시개정안, 최중증 보호 강화 VS 30점 일괄 인상
정부는 종합조사표 문제와 제도 개선을 위한 고시위원회를 통해 총 4번의 회의를 개최했으며, 마지막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회의에서 제시된 대안은 2건으로, ▲1안: C계수를 조정함으로써 사회 참여가 곤란한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보호 강화(사회활동 영역에서 점수를 받지 못한 독거 또는 취약가구 장애인이 기능제한에서 최대 점수를 받았을 경우, 1구간이 되도록 ‘최상위 구간’ 신설) ▲2안: 기본점수 30점 인상을 통해 전체 대상자의 활동지원 급여구간을 일괄적으로 1구간 상향 등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1안은 최중증장애인에 집중해 1구간 미발생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 긍정적이지만 보호 대상이 다소 협소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면서 “2안인 점수 30점 인상의 안에 대해서는 구제효과는 확실하지만, 제도개선 목적과 관계없는 급여 대상자가 발생하고 소요예산이 과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고 말했다.
■“예산 늘려서 1구간씩 상향해야” 2안 압박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최상위 구간’ 신설하는 1안에 ‘브레이크’를 걸며, 2안, 즉 ‘모든 수급자의 활동지원급여 구간을 1단계 상향하는 방안’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자동차 사고로 인해서 목뼈가 부러져 척수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장애인이 최근 활동지원 인정점수 1등급에서, 종합조사로 넘어가니 2구간이 됐다. 2구간 턱걸이 점수니까 기능제한 점수에서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결론”이라면서 “이런 사례 또한 검토돼야 한다”고 1안에 질문을 던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저는 직장생활을 하는 취약가구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인데 종합조사 갱신에서 2구간 턱걸이를 했다. 전혀 필요도와 환경, 욕구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예산에 맞추는 것이 아닌, 개인의 욕구에 맞춘 지원을 위해 예산 반영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면서 박 이사장이 주장한 2안에 동의했다.
■복지부, “제도보완에 4000억 투입? 상식적으로…”
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두 가지 대안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예산추계로 볼때 결국 1안이 현실적이기는 한데, 두 대안 모두 평가지표에 의한 구분이 아닌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구간을 조정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애초에 불가능한 1구간을 만들어 놓고, 계수를 조정하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지표의 잘못된 설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설계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견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권병기 과장은 “결과적으로 종합조사를 도입함으로써 20시간이 늘어났고, 전체 94%는 늘어나거나 유지된 편이다. 재정효과로 보면 3200억원 정도”라면서 등급제 폐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급여가 하락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구제절차가 필요하다. 일괄적으로 구간을 올리는 방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개선 효과가 3200억원인데, 하락과 탈락자에 대한 구간 보완책에 4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어렵다. 이의 신청 강화 등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