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발의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고 김재순씨의 죽음이 기려진 다음날인 오늘,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017년 4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고 노회찬 대표가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이다.
작년 한 해 재해자 수는 11만 여명이고, 사망자 수는 2천20명에 달한다. 하루에 3백여명이 산업재해를 입고, 하루에 6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강은미 의원은 “세월호 참사 및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석탄화력발전소 김용균 사망사고,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광주 파쇄기 협착 사망사고(고 김재순 사망사고) 등 각종 재난ㆍ재해 사건에 온 사회가 입법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식물 국회’, ‘동물 국회’의 오명을 뒤집어쓴 20대 국회는 끝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단정지었다.
강 의원은 대부분의 대형 재해를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나 과실로 치부하는 사회에 대해 명백한 '기업 범죄'임을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환경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의 기업문화, 재해를 실수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 등 이 모든 것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
현대 기업의 특성상 안전관리가 다양한 직급으로 세분화되어있고, 책임을 아래로 위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현행법상 결정권자인 경영책임자에게 「산업보건안전법」 상의 책임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서 형사처벌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법인의 경우 「산업보건안전법」 등 개별법에 과태료나 벌금 부과 규정이 존재하지만, 애초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을 예정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중대재해 발생시 벌금액조차 극히 소액이라는 비판도 따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법인에 선고된 평균 벌금액은 약 448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고 김용균 사망 이후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재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국 노동본부장은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인한 재해사고에는 ‘관피아’라고 불리는 공무원의 의식적 직무 방임이 수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감독의무 또은 인ㆍ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의무를 위반해서 그 결과로 재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현행법의 해석을 통해 형사책임을 물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뒷받침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유해 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관리ㆍ보건위생상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기업 자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다.
또한 감독 또는 인ㆍ허가 권한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형사처벌하고 방지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도록 한다.
현재 영국과 캐나다 등 여러 해외 국가에서는,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을 도입해서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류 의원은 “최근 쿠팡 물류센터 식당 외주업체의 조리사로 일하던 박현경씨도 청소를 하다 돌아가셨다. 유족들은 조리실 바닥 청소를 하다 유해가스에 노출되어 숨졌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사건 경위를 밝혔다.
계량컵이 없어서 여러 차례 관리자에게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기침과 메스꺼움, 두통 등 이상 신호를 수차례 호소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쿠팡 측은 본사 직원이 아니기에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다른 두 업체는 현재 연락조차 닿지않는 상황이다.
2018년 태안화력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도 발언을 이어갔다.
김미숙 씨는 ”저희 아들 용균이가 사고를 당한지 1년 반이 넘었다. 원청 대표 이사들과 업체가 책임질 수 있게 고소했지만, 하청 말단직원에게만 사고 책임이 넘겨져서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판은 열리지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족 중에 누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 집안 구성원 모두가 파탄난다. 한 해 2천4백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2천4백 가구가 파탄나는거다. 도대체 기업과 책임공무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따져묻고 싶다. 본인들의 가족이 그렇게 죽어도 방관할 수 있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정의당은 21대 국회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헌법 조문을 수호하고 입법하려는 의지를 보여야한다며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