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외침 "지역사회라는 폐쇄병동에서 벗어나고 싶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병원에서 나온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라는 폐쇄병동에 살고 있습니다. 어디 갈 수 있는 곳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안을 논의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도하는 자립생활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한정자),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공동생활가정 꿈꾸는집과 새로돋는집 등 5개 기관 50여명이 참여하여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세미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모으는 특별한 자리로 꾸며졌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내가 원하는 치료 환경 ▶나와 동료에 대한 언론에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단어와 내용 ▶내가 원하는 일자리와 근무환경 ▶위기상황에 필요한 서비스 등 4가지 주제를 과감없이 토론하며 다양한 정신장애인의 요구를 드러냈다.
■ 지역사회 정신장애인 ‘방임을 넘어서 모르쇠’
정신질환 관련 국내 법령이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된 이 후,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 가까운 주변 이웃중에는 매일 약을 복용하며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는 미비한 상황.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당사자 단체에 보조금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위기상황에 처한 장애인을 위한 쉼터는 전무하고, 언론은 잠재적 범죄자로 지목하기에 급급하다.
정신질환자들은 매일 약을 먹는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5분. 그마저도 운이 나쁘면 3분이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고 처방해주는 약을 받아서 복용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정신질환자의 몫. 정부나 지자체는 약 챙겨 주는것 외에 정신질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정자 유동현 소장은 “정부는 약만 잘 먹으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약을 잘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자립생활”이라고 강조하며 “그동안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의 자립생활에 무관심했던 우리사회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기초해 자립생활을 함께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정신질환 문제의 전문가... ‘당사자’의 목소리
정신질환자들의 건강한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결국 그 해답은 정신질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에게 물어야 한다. 세미나에 참석한 당사자들은 정신질환자를 위한 별도의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치료 과정은 먼저 동등한 위치에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의 상담 시 처방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소개하고, 당사자와 상의하에 약을 조절하는 등 유기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을 마련하여 병원 퇴원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역내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책 마련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제도안에서는 이상행동이나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한 상담시간을 확보하여 개인의 신체ㆍ정신적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위기상황 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이상행동 시 충분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동료상담사들을 이용해 위기지원 센터를 24시간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호도하는 표현이나 추측성 기사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또 당사자의 목소리도 충분하게 취재하여 공정하게 보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날 세미나에서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신석철 소장은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에서의 삶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성공적인 과제 수행을 위해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