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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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정부 예산안 기준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 대상을 전년대비 2,000명을 확대한 3만 1,546명으로 늘였다고 했다.
장애인 일자리 유형은 ▲일반형 일자리 ▲복지 일자리 ▲특화형 일자리로 구분돼 있다. 일반형 일자리는 행정복지센터 행정도우미 등으로 근무하는 일자리로, 전일제(주 40시간 근무) 또는 시간제 근무형태, 복지 일자리는 사무보조, 환경도우미, D&D케어(발달장애인 등 총 45종의 직무 유형 중에서 적합한 직무 유형을 선택하여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월 56시간 근무하는 일자리)라고 홍보했다.
이렇듯 장애 맞춤식 일자리 지원이 시도되고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농어촌 지역의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지는 의문스럽다.
고용노동부의 취업관련 대상자별 일자리 정책을 보면 명확해진다. 장애인 고용 장려금은 의무 고용 비율을 초과한 사업주에 지급하는 것이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주에게 지원이 되지만 6개월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으로, 농어촌 지역에서 자영업이나 가족기업 등 영세한 자영업, 농업, 어업 분야에선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울진 평해뜰. ©김신애
어찌해서 취업하더라도 근로지원인 같은 인적자원은 거의 없고 생산, 채취 등의 노동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근로지원인 제도가 타당한지도 모호하다. 정부가 제시한 장애인 직무들은 결국 농어촌 단위에서 취업이 이루어지긴 어려운 구조이고 도시에서 가능한 일자리들로 이루어져 있음이 명확하다.
이런 현실에서 발달장애인은 농사를 짓는 이웃집에 간간이 노동력 제공하면서 살게 된다. 농촌 사회에서 소농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핵심 역할을 감당하고 여전히 지역사회 근간을 이루고 있다. 가족노동력과 이웃의 자원봉사로 농사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농촌 현실에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소수 발달장애인은 소중한 존재이긴 하다.
그러나 바쁜 농사철에 단기적으로 일 시키고 ‘밥 한 끼’ 제공과 ‘거둬 먹인다’라는 공동체 정서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최저시급’과 고용보험은 아주 먼 이야기이다. 당장 그들조차 안정적인 보험을 통해 삶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전통적으로 농민은 그들이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을 가입하고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시키는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력 착취임을 알려내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된 가족 농가에서 바쁜 농사철 두어 달 일하고 용돈 주면서 시키는 관행이 ‘경제적 착취’로 엄격히 적용될 경우 마을에서 장애인 고용은 터부시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마저 단절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의 고용이나 지원은 사회복지 시설기관의 역할로 미뤄지기 쉽다.
'공동체 인식하기'
지난해 7월 5일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대표의원 인재근·고영인)가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행복농장 협동조합 공동 주최로 ‘정신장애인 사회적 농업 제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기관의 자료를 보면 일본 ‘농업과 복지 연계로 사회적 농업을 활성화하자고 발표했고 일부 타당한 주장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영역의 제도를 위해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하고 고령화된 농어촌에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토론자로 나온 연구원은 장애인의 일자리를 많이 확보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장애인이 ’이용자‘가 아닌 일반 농민,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7월 9일 자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소농의 가치 우리가 지켜야 한다, 2023, 7.9.) 사설에서 농가 소득, 경영의 측면보다는 주민이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적 인식이 필요하고 삶을 통합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이 고령화되고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농업정책은 대규모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이 가운데 소농은 위축되고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유엔은 가족농의 해로 지정하고 도농공동체 회복을 비전으로 선포했다. 앞서 거론한 농어촌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장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농어촌 지역의 공동체 정서를 살리고 장애인 고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방법을 새로이 발굴해 내어야 한다.
지금처럼 자본에 의지하는 대규모 영농과 50인 이상 기업에 고용지원금을 주는 제도는 지극히 도시 중심적인 지원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도시에서조차 한계는 명확하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농어촌 지역의 장애인은 고용 정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농어촌 현실을 반영하고 장애 특성에 맞는 안전한 고용을 만들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1차 적인 책무는 당연히 정부에 있다. 의무 고용 제도 외 영세 자영업, 소농에서도 장애인이 노동력을 제공할 때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장애인은 사회복지시설, 보호작업장의 이용자에서 벗어나 이웃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 될 수 있다.
도시와 농촌 이제 통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그 접근 방법은 완전히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지금 농촌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농어촌 인력중개센터 같은 공적인 기능을 하는 곳에서 4대 보험 가입을 하고 농가에서 고용하고 지원하는 방식의 활성화도 좋겠다. 장애 특성에 맞게 계절별, 시간제별, 영역별로 유연하게 접근하여 장애 특성에 맞게 지원을 하고, 물론 이 경우도 근로지원인이 제공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4년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염전 노예노동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고, 이후 장애인 학대 문제 대응을 위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됐다. 농어촌 지역에서 발달장애인에 겪는 노동력 착취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건이 불거져도 친밀한 관계로 엮여있기에 사건의 파급력이나 영향력은 축소되기 쉽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예방적 접근을 한다면 가족경영, 소농, 영세사업자도 장애인 고용을 못할 이유가 없고 장애인 채용 시 이들의 사업장에도 고용 장려금 같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이런 부분은 장애인 고용과 더불어 농어촌에서 이웃으로 함께 살기 위한 지원이 되기도 한다. 또 지체장애인이 농업인으로 농사를 지을 때도 보장구 등의 편의 제공이 되어야 하고 장애인이 직접 운전하고 사용하는 농기계도 많이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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