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주거전환지원법’ 둘러싼 기대·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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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주거전환지원법’ 둘러싼 기대·우려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지난 2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주거전환지원법)이 통과됐단 소식을 들었다. 통과된 이 법안은 국민의힘김예지 의원과 최보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을 통합한 보건복지위원장 대안이라고 한다. 소식을 들은 후 통과법안 내용을 봤는데, 기대와 함께 우려도 생긴 게 사실이다.

 

먼저, 정의 부분인 제22항에서 지역사회 자립을 장애인이 장애특성과 생활환경에 기반해 독립된 주체로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정의하되, 3호의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건 지역사회 자립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시설은 선택, 복지서비스가 아닌 감금이라는 내용을 어느 정도는 반영한 것이며, 자립은 장애특성과 생활환경을 고려한다는 의미가 있기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74호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별 지원계획 이행을 위해 관련 공공기관, 법인, 단체 등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고, 협조 요청을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 없으면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과정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행동을 이유로 법인, 단체 등에서 개인별 지원계획 관련 서비스를 거부한 사례가 있기에, 이런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협조 요청을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을 시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건 고무적이다. 관련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실효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실질적 장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 지점들도 있다.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명시한 제53항에 의사결정능력이 충분치 아니하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시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보호자가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고, 이 경우 보호자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 등의 결정에 따른 대체의사결정체계가 팽배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당사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하라는 건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가 생각하기에 당사자 이익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 자칫 잘못하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은커녕 이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 자기결정권 제한은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권이 아니기에, 자립과 거리가 멀다 할 것이다.

 

당사자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고려해 당사자의 자기결정을 지원자가 해석하는 최선의 해석관점으로 가던가,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지원키 위한 합리적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의사결정체계를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지역장애인자립지원위원회의 위원으로 장애인복지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공익을 대표하는 사람, 관계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을 명시하고 있는데 장애인 당사자와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빠져 있다. 특히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과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도록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이건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말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당사자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한 장애인단체에서 ‘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는 피켓을 들며 시위하는 모습. People’s History Museum

관련해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 제70항에는 당사국이 동료지원, 자기옹호, 장애인단체, 특히 시설수용 생존자 단체와 자립생활센터 등에 투자해 지원 네트워크 장려는 물론 인권, 권익옹호 교육 등을 만들 때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자금 접근을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지역사회 자립과 관련해 장애인단체, 시설수용 생존자 단체, 자립생활센터 등이 지원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자립 관련 정책 수립 활동 등에 참여하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내용이 법에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아볼 수 없다. 4조 장애인의 권리를 명시한 조항 가운데 5항인 자신의 지역사회 자립과 관련된 정책 결정 시 자신의 견해와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형식적인 조항으로 사문화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법률 제12조에선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 사항은 장애인복지법 제11조에 따른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장애인복지법시행령 제3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구성에서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조항을 개정해 이들이 그 위원회에서 자립정책 관련 의견을 표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이들의 참여가 배제됐었기에 그렇다.

 

이 법률 제10조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기본계획 수립·시행하는 주체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나와 있는데, 보건복지부와 관련해 보건 쪽엔 의사들이 적지 않게 관여하고, 이들은 장애인을 증상 덩어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짙다. 장애인을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각으로의 전환이 이들에게 없는 한, 보건복지부가 기본계획 수립과 시행의 주체가 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러기에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누고,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기본계획 수립·시행 주체는 복지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엔 순환보직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모든 공무원이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훈련해 실제 정책에 반영하고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구조 전환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을 받을 주체는 재가 장애인과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는 사람으로 법률에서 한정했는데, 정신요양시설 거주인도 시설수용 인권침해를 당하긴 마찬가지다.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 경우엔 자립 지원을 위해 피해 구제 및 배·보상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정신요양시설 거주인과 시설수용 생존자 등도 지역사회 자립주거전환지원법에 따라 지원을 받아야 할 주체로 포함시켜야 한다.

 

 

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한 수용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로 구성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이하 연대)’2023413일 본격 창립할 당시 유엔 탈시설가이드라인내용이 담긴 박을 터뜨려 낭독하는 퍼포먼스 모습.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자립조사 및 자립욕구조사에서 나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립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활동지원 급여의 추가제공, 정착지원금 및 건강권 보장 지원, 재활 및 발달 지원·연계, 주거생활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법률에 나와 있다. 활동지원 급여만 해도 장애의 의료적 관점에 지체장애 중심으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가 이루어져 있어 장애인의 욕구와 선호를 무시한 제도라는 비판을 장애계로부터 받고 있다.

 

재활 및 발달 지원·연계는 발달장애인법 제24조와 연계시키고 있는데, 24조에선 행동문제 완화를 위한 연구 및 의료지원체계의 구축, 행동문제가 있는 발달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행동발달증진센터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다. 그러나, 지적·자폐성 장애가 뇌 특성 차이에서 오는 것임에도, 행동치료 및 완화를 통해 비장애 중심 사회체계에 적응시키려는 목적의 행동발달증진센터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를 불러온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가족지원체계도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 등을 고려한 것이 아닌 등 장애인 관련 서비스는 장애의 인권적/사회적 모델이 아닌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장애인이 개인별 지원계획을 통해 지원받아 자립할 수 있도록 서비스·제도들이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것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선 장애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된 국가와 지자체의 구체적 계획, 청사진이 있어야 함을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시설 중심의 예산을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지역사회 기반 예산으로 전환해 장애인의 자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을 만들어 놓았지만, 시설 중심의 정책으로 이와 관련된 예산이 압도적으로 많고, 자립 관련 예산이 적은 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주거전환지원법이 무용지물 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거주시설 중심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등 현 정부의 탈시설 왜곡과 거주시설 강화정책을 설명하는 자료. 한국장애포럼 Youtube 동영상 캡처

한편, 심리사회적 장애(정신장애)계에선 인식개선 관련 내용이 법률에 빠졌다고 지적했는데, 이 지적은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리사회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에 대한 혐오가 심각한 게 현실이라 그렇다. 사실 이번에 내란수괴 탄핵과 관련,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정신 나갔다는 등의 말이 인터넷과 SNS상에 난무했었다. 대전 초등생 살해사건과 관련해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 채 정신질환을 범죄 동기로 단정 짓는 언론 보도와 네티즌들의 장애 혐오 발언도 난무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심리사회적 장애인을 범죄자와 동급시하는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지 말라고 했었다. 공감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그런 발언을 한 게 뭐 대수냐는 식으로 필자의 마음을 힘들게 한 이들도 있었다. 장애인식 제고에 갈 길이 멀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장애인식 제고교육이 단순교육인 이상 장애인 차별·혐오는 절대 근절되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국가가 차별과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청사진과 계획이 있어야 하고, 인식제고교육 내용도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지 말고, 장애인의 다양성을 반영하며 제도적, 사회적 장벽에 대해 알리는 등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과 내용을 반영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교육은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수준의 교육이어야 한다. 이외에도 동료지원이 시설, 의료진과 독립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내용을 법률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종합하면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주거전환지원법이 시설을 선택지에서 제외한 점 등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자립지원 정책 논의 시 장애인 당사자 배제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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