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만나는 일에 왜 ‘두려움’이 먼저 오는가
[에이블뉴스 김양희 칼럼리스트 ]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프로그램 내용이나 예산, 참여자 모집이 아니라 바로 ‘강사 섭외’ 단계에서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면 적지 않은 강사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어떤 장애인가요?”
“인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혹시 돌발 상황이 생기지는 않나요?”
질문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처음 접하는 대상에 대해 정보를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그 질문의 방향과 태도에서 ‘정보 확인’이 아니라 ‘두려움’이 먼저 느껴질 때가 있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질문이라기보다, 강의를 맡지 않기 위한 이유를 찾는 질문처럼 들릴 때도 적지 않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강사에게 “지체장애인들이라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이동이 조금 느릴 뿐 수업 참여에는 어려움이 없다”, “청각장애인지만 와우를 통해 소통이 가능하다.”,“인지 수준과 학습 이해도도 충분하다”는 식으로 대상자의 상태를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 때로는 장애 정도, 이동 방식, 의사소통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강사들이 안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설명이 단순한 안내 수준을 넘어 <설득 과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강의를 부탁하는 입장에서 담당자는 대상자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업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전에 담당자가 장애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장애에 대한 경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학교, 직장, 지역사회 곳곳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섞여 살아가는 환경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낯섦은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두려움은 거리두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두려움이 프로그램의 시작 단계부터 작동한다는 점이다.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현장에서는 강사 섭외가 가장 기본적인 준비 과정이다. 하지만 일부 강사들이 장애인 대상 강의를 지나치게 부담스러워하면서, 정작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기본적인 이해와 열린 태도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강의의 본질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필요한 것은 조금 더 천천히 설명하고, 참여자의 반응을 살피며, 필요한 경우 진행 방식을 조정하는 정도다. 이는 사실 장애인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필요한 교육자의 기본 역량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나본 많은 장애인 참여자들은 오히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질문도 많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강의가 끝난 뒤 “오늘 내용이 좋았다”, “다음 시간도 기대된다”고 이야기하는 참여자들을 보면, 처음 강의를 망설였던 강사들이 오히려 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강사들에게 장애인은 ‘함께 배우고 이야기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낯선 존재’로 비춰진다. 이러한 인식이 계속되는 한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은 늘 시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장애인을 낯설게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장애를 고려한 배려와 조정은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은 장애인을 하나의 학습 참여자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장애인을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 되는 사회라면, 그것은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경험 부족이 만들어낸 문제일지도 모른다. 프로그램 현장에서 마주하는 강사들의 망설임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장애를 얼마나 멀리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면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사회. 강사 섭외를 하면서 “괜찮을까요?”라는 질문 대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까요?”라는 대화가 오가는 현장. 그 변화는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고야 하는 작은 경험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경험은 결국 깨닫게 한다. 장애인을 만나는 일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또 하나의 교육 현장이라는 사실을.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