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울리는 금융권

얼굴인식을 위한 촬영을 요구하는 앱 화면.(재미나이 생성 이미지) ©서인환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금융권이라고 할 때 ‘권’자가 범위(圈)를 말하는 것인데, 권력(券)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나의 돈을 맡겨 두었는데, 주인인 내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고, 돈을 돌려받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돈을 맡겨 놓은 이상 금융권이 주인이다. 현금지급기 접근성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거나, 웹이나 모바일 접근성은 갖추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사항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시각장애인 A 씨는 OK저축은행에 통장을 개설했다. 현금을 찾아서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페이를 이용하면 편리할 것 같아서 OK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 앱을 실행하자, ‘남다른 OK 금융, 남다른 OK PAY’라는 글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기종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화면의 가장 아래부분의 내비게이션 바(열린 앱 선택하기, 뒤로 돌아가기, 홈 바탕화면으로 가기 버튼이 있는 부분)와 OK PAY 앱의 선택 버튼이 겹쳐서 버튼을 제대로 누를 수가 없었다.
‘시작하기’를 눌렀는데, 자꾸 바탕화면으로 가거나 전 화면으로 돌아가 버렸다. 시각장애로 인해 수십 번을 반복하다가 타인의 눈을 빌려서야 이런 사실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겨우 ‘시작하기’를 누르자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화면이 나타났다. ‘인증번호받기’ 버튼이 내비게이션 바와 겹쳐 다시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인증번호를 입력할 수 있었다.
ARS 인증과 1원 인증 후 로그인을 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타 은행에 자신의 계좌 정보를 넣으면 1원이 송금되는데, 그때 송금자에 암호가 들어있다. ARS 전화가 와서 주어진 비밀번호도 입력하고 1원 입금된 입금자 속에 들어있는 암호도 입력하였다.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데, 자꾸 ‘뒤돌아가기’ 버튼이 눌러져 앱을 다시 실행하는 것을 200번 정도를 반복했다. 그러자 1원씩 입금되는 것이 쌓여 200원이나 입금되었다. 겨우 본인이 정한 암호를 입력하는 페이지로 넘어가 비밀번호 숫자 6자리를 입력했다. 맞는 숫자를 입력하면 ‘오류’라고 다시 하라고 하고, 다른 번호를 입력하면 ‘틀린 번호’라고 다시 200번 정도의 반복이 이루어졌으나 ‘보안 세션이 만료되었으니 다시 실행하십시오.’라는 말만 200번 반복했을 뿐 앱에 입장할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 B씨는 이용한 은행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불편함은 호소했다. 번호를 정해주고 ARS로 확인하고, 갈겨 쓴 겹친 문자를 화면에 보여주고 입력하라고도 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하여 암호를 보내어 주고 입력하게 하고, 몇몇 지정된 은행의 공인인증서를 선택하라고도 하였다. 그래서 타은행에 일부러 통장을 만들어 인증서도 만들었다. 그리고 지문인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지문등록을 하고 주민등록증을 사진으로 보내라고도 하였다.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사각 화면에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하루 종일 사진찍기를 했다. 선명하지 않다, 위조방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등 온갖 문자를 보면서 화도 나고 눈물도 났다. 정말 소 뒷다리로 개구리를 잡듯이 하루 종일 반복한 촬영 중 한 번이 제대로 된 것인지 다음 절차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얼굴인식 촬영을 하라고 했다. 화면에 화면 가까이 와라, 얼굴을 화면 중앙에 맞추어라, 고개를 숙여라, 좌측으로 얼굴을 돌려라, 조명이 밝은 곳으로 가라 등 온갖 메시지를 보였는데, 저시력이라 그 글자를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저시력이라 지금까지의 절차까지는 진행했지만 전맹이라면 여기까지 진행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었다.
사진이 자동으로 찍히지 않는 안내문을 보려고 돋보기를 갖다 대면 돋보기가 사진에 찍히면서 다른 메시지로 변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결국 얼굴인식을 하지 못해 거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은행의 인증서를 보여달라는 것은 모든 개인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보이스 피싱을 막기 위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면 지문인식 하나로 충분하다. 지문은 남이 대신할 수 없다. 납치되어 강제로 인출 행위를 강요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의 인증 절차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용지물이다. 어떤 인식이든 범죄자의 강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안 문제라면 보안은 가장 간단하고 정확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보안은 해킹을 막기 위한 방어벽의 투자가 아니라 고객의 많은 정보를 통해 철벽을 만들기 때문에 보안이 금융권의 책임이 아니라 고객의 책임으로 보는 것 같다. 보안은 정보 수집의 최소화인데, 지문과 얼굴인식, 핸드폰 본인 이용 확인, 패턴, 암호, 주민등록증 제시, 타 은행 통장 번호와 암호 확인과 송금자 비밀번호 확인, 지정한 타은행 공인인증서 확인 등 온갖 절차를 요구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니 고객의 정보를 탈탈 터는 것이 보안인지 모르겠다. 만약 서버가 해킹된다면 온갖 정보가 더 많이 유출될 것이다.
국민은행이 온갖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여 그 정보와의 일치로 보안을 하려는 경향에 앞장을 서고 있고 다른 은행들도 이를 따라 보안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인 확인을 하기 위해 신발 사이즈를 묻거나 아버지 이름을 묻는다면 고객은 매우 기분이 언짢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알 수 없는 것을 묻는다면 금융권은 장애인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시각장애인 C 씨는 KB스타뱅킹에 통장을 개설하고 신용 장기대출 200만원을 받으려고 앱을 다운로드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통신사와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암호를 문자로 보내왔고 암호를 입력하자 본인 확인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신분증 확인하기와 얼굴인식 촬영하기 절차가 추가로 요구되었다.
통장 개설 시에 주민등록증을 복사하여 제출하였는데, 앱에 회원이 되거나 돈을 빌리려면 다시 주민등록증을 촬영하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민등록은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암호로 본인 확인은 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증을 보내라는 것인가? 어차피 은행에 돈을 대출하려는 정도면 주민증 보내는 정도의 방법은 범죄자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얼굴인식을 하라니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인지 은행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얼굴 생체 정보를 갖고 있어서 식별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필요 이상의 보안이 필요 이상의 정보 수집이 되는 것은 아닌가? 물론 은행은 개인정보 이용과 약정서 등 동의하라는 것이 많다. 동의는 본인의 의사가 아니다.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은행 이용을 포기하는 것이니 사실 동의는 강제이고 절차일 뿐이다.
이런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 정보 이용권을 가진 것이다. 주민증은 본인 확인을 하는 데 행정적 증명 방식이라지만, 얼굴인식은 다른 차원이다. 조금의 정확도만 나오지 않아도 촬영은 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얼굴인식 촬영을 할 수가 없다. 완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주일 동안 오기로 시도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집에 얼굴인식 자동 도어를 설치했는데, 도어가 주인에게 ‘똑바로 서라, 더 가까이 오라, 고개를 숙여라’ 등을 요구하면서 1시간쯤 시간을 끌고 있다면 주인은 도어 장치를 떼어내 버릴 것이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으면서 결국 얼굴인식 촬영이 실패되자,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시각장애인은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 두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인식개선이 되었다고 해서 진짜 세상이 달라졌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충고 같았다. 아직 통장을 만들지 않아 금융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데, 통장을 만들려면 공인인증서를 제시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출생신고를 하려고 주민센터에 갔는데, 아이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와야 신고가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은행은 뻔뻔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되고 AI 시대가 왔다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금융권이 앞장서서 격차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희들은 고객의 자격이 없음을 절차를 통해 확인시켜 주고 있다. 아예 금융권 문턱을 시각장애인은 넘지 못하도록 거부하고 차별하고 있다.
암호로 본인 확인이 되었다면서 ‘본인 확인을 신분증으로 확인할게요.’라니 확인이 되었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던 것인가? 절차 진행에서 실패하여 바탕화면으로 나와서 다시 앱을 실행하면 ‘간편하게 인증서 발급하기’라면서 지문이나 패턴으로 간단하게 인증이 가능하다는 글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 회원 가입이나 인증센터를 선택하라고 한다. 인증센터를 선택하면 인증서를 받기 위한 절차가 나온다. 통장이 없는데 인증서부터 만들라고 하니 인증서를 만들 방법은 없다. 회원 가입을 선택하면 다시 사진찍기를 시각장애인이 반복해야 한다. 모래 속에서 바늘을 시각장애인에게 찾으라니 너무하다. 간편인증이 복잡인증이고 인증 불가능이다.
웹이나 모바일 접근성에서 금융권에서의 본인 확인 절차의 접근성은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다. 결재나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웹이나 모바일 앱은 접근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만 해결되어도 디지털 접근성의 70퍼센트는 해결될 것이다.
페이 시대가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시각장애인은 현금 아니면 결재할 수 없다. 이제 현금은 받지 않는 시대가 오면 시각장애인들은 재화와 용역의 일상생활은 후견인에게 맡기고 보호 대상자로 전락해야만 할 것이다. 200원이 입금된 A 씨는 200원을 불쌍하다고 구걸하라고 준 돈처럼 느껴져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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