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가 멈춘 자리, 장애인의 이동도 멈춘다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보도 위에 세워진 공유킥보드 한 대는 사람마다 다른 크기의 장애물이 된다. 어떤 사람은 옆으로 비켜 지나가지만,
휠체어 이용자는 통과할 공간을 찾지 못해 되돌아갈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을 가로막은 킥보드는 이동 경로를 끊는 장애물이며,
균형 유지와 방향 전환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갑작스러운 정지와 우회를 요구하는 부담이다. 같은 장소의 같은 물체라도 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같지 않다. 공유킥보드의 주차 문제를 평가할 때 장애인의 보행 경험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 후 방치된 공유이동수단은 이동약자의 안전한 보행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이 글에서 보행은 두 발로 걷는 행위뿐 아니라 휠체어와 보행보조기를 이용한 이동을 포함한다. 보행권 역시 보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집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정류장이나 건물 출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가 이어져 있어야 한다.
경사로와 점자블록을 설치했더라도 그 위에 킥보드가 놓여 있다면 접근성은 그 순간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시의 접근성은
시설의 설치와 함께, 그 시설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유지하는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행정자료는 공유킥보드의 주차 문제가 지속적인 관리 대상임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신고일자, 위치, 견인유형과 조치일 등을 포함한
전동킥보드 견인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신고가 집중되는 지역과 행정조치의 양상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견인 건수는 장애인이 겪은 통행 차단의 횟수가 아니다. 신고하지 못한 경험, 이미 익숙해진 우회, 장애물을 예상해 포기한 외출은
이 자료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행정기록으로 확인되는 문제의 규모와 당사자가 경험하는 이동 제약 사이에는 조사해야 할 간격이 남아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과장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Brown 외(2020)가 미국 5개 도시의 주차 상태를 관찰한 연구에서
접근을 방해한 비율은 전동킥보드 1.7%, 자전거 0.3%, 자동차 24.7%였다.
이는 보행 공간을 가로막는 다양한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근거다. 동시에 이 결과를 근거로 킥보드 방치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전체 주차 차량 가운데 장애물이 되는 비율과, 장애인이 특정 경로를 통과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가 막혔다면, 장애물 한 대도 그 경로의 이용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려면 주차 상태의 관찰과 당사자의 경험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Bozovic 외(2025)는 영국 서부지역 공유킥보드 시범사업을
대상으로 설문 643명과 동행 보행 인터뷰 9명을 활용해 보행자의 안전감, 편안함과 차별 문제를 살폈다.
장애 여부를 중요한 분석 차원으로 다룬 이 연구의 접근은 국내 조사에도 시사점을 준다.
정지된 킥보드의 위치를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그 앞에서 누가 멈추었는지, 도움을 요청했는지, 얼마나 돌아갔는지까지 살필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동에 추가적인 시간과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면, 그것은 보행환경 평가에 포함되어야 할 결과다.
무단 방치의 원인을 이용자의 태도만으로 설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Brown·Klein·Thigpen(2021)의 이용자 조사에서는 지역 주차규정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는지에 관한 직관으로 주차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용자가 보기에 통과할 수 있는 틈이 휠체어에도 충분한지, 점자블록 주변에 남겨둔 공간이 시각장애인의 이동에
적절한지는 직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교육과 안내가 필요한 이유이며, 동시에 주차 가능 위치를 명확하게 정하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 연구에서 제시된 개선 수단은 이용자의 의견에 기초하므로, 실제 효과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주차공간과 운영체계의 제약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Moon과 Shin(2025)은 서울의 공유킥보드 지정 주차구역을 공간분석과
심층면접 등으로 조사해 주차구역 부족, 지역 간 불균형, 수요와 공급 위치의 불일치를 제시했다.
연구 당시의 재정·공간 제약과 분절된 규제체계 역시 정책 집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주차시설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 반납 수요가 있는 위치에 공간을 확보하되, 장애인의 통행에 필요한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배치해야 한다. 설치 이후 이용률과 주변 통행 상태까지 확인하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국외 사례는 이러한 책임을 구체적인 운영조건으로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 런던의 공유킥보드 시범사업은 지정 주차구역에서 대여를 종료하도록
위치 기반 기술을 적용한다. 런던교통공사는 위험을 일으키는 방치물에 대해 운영업체가 1시간 이내 대응하도록 하는 운영상 약속도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차 지침은 경사로, 횡단보도, 출입구와 버스 승하차 공간 등 보호해야 할 위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포틀랜드는 이용 종료 후
거치대 등에 잠금장치로 고정하도록 하여, 킥보드가 넘어지거나 이동하면서 통로를 막는 위험에 대응한다. 이 사례들은 반납 위치, 주차 상태와
사후 대응을 서비스 운영의 일부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다만 제도의 도입 사실과 실제 효과는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국내 정책의 효과 역시 장애인의 이동을 기준으로 더 세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2025년 홍대 레드로드와 반포 학원가 생활인구
500명을 조사한 결과, ‘킥보드 없는 거리’ 시행 후 80.4%가 무단 방치 감소를, 69.2%가 보행환경 개선을 체감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정책 체감도를 보여주지만, 실제 방치 대수가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는 뜻은 아니다. 장애인의 통행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현장 관찰과 당사자 조사를 병행해야 정책이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책 평가에는 방치 대수와 견인 실적 외에도 통행 가능한 폭, 경사로·점자블록 차단 여부, 우회 거리, 도움 요청과 이동 포기 경험,
신고 후 통행 회복 시간을 포함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휠체어 이용자, 뇌병변장애인 등이 주차구역의 선정과 현장 점검에 참여하도록 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신고 방식 역시 사진 촬영이나 특정 앱의 사용을 전제로 하기보다 다양한 접근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당사자의 경험을
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반영하기 위한 제안이다.
공유킥보드의 편리함을 평가할 때에는 이용자의 이동시간과 함께 그 반납이 다른 사람에게 발생시키는 시간과 부담도 계산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이동이 끝난 자리가 다른 사람의 이동을 막는다면, 그 비용은 보행자에게 전가된다. 보도와 경사로를 누구나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책임을 운영업체와 지방정부의 업무에 명확히 포함해야 한다. 장애인의 보행권을 보장하는 도시는 장애물을 피해 갈 능력을
개인에게 요구하기보다, 처음부터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길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관리하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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