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변화하는 삶과 판정기준의 주기적 검증

본문 바로가기
정보뉴스
> 공지사항 > 정보뉴스
정보뉴스

장애인의 변화하는 삶과 판정기준의 주기적 검증

e892b6044baaeaab22dea00ad91e7d95_1792026761_7309.png

국가가 꾸준히 확인해야 할 대상에는 장애인의 상태 뿐 아니라 국가가 만든 판정기준의 타당성도 포함된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장애 판정기준은 누가 공적 지원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제도적 경계다. 그 경계의 정당성은 

제정 당시의 의학적 근거만으로 영구히 확보되지 않는다. 치료와 보조기술은 발전하고, 인구의 신체 특성과 생활환경은 달라지며, 장애인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도 변화한다. 따라서 국가는 판정기준이 오늘의 기능 제한과 지원 필요를 얼마나 적절히 반영하는지 주기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정 범위는 실제로 변화해 왔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 이후 제도가 정비되었고, 2000년과 2003년에는 장애범주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15개 유형으로 구성되었다. 2019년 장애등급제 개편 이후에도 장애등록과 장애정도 판정은 유지되었으며, 

2021년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백반증 등 기존 유형 안에서 등록 가능한 상태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나아가 2026년 7월 1일에는 췌장장애가 신설되어 현재 법정 장애유형은 16개로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유형의 세부기준 보완과 장애유형 자체의 신설을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당뇨병과 내분비 기능의 장애는 장애범주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현행 장애등록 체계의 공식 명칭은 포괄적인 ‘내분비장애’나 

‘당뇨장애’가 아니라 ‘췌장장애’다. 새 범주는 당뇨병 가운데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손상된 경우를 대상으로 하며, 모든 당뇨병이나 내분비질환이 

진단만으로 일괄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인 인슐린 투여와 혈당 관리, 심한 저혈당과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 급성 합병증 위험에 

따른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제약을 신설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 변화의 정책적 의미는 장애를 포착하는 범위에 있다. 당뇨병으로 시각이나 신장 등의 기능이 손상된 경우 해당 장애유형의 기준을 검토하는 경로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 손상을 췌장장애로 평가하는 경로는 구분된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장애의 평가에는 이미 발생한 장기 손상뿐 아니라 

지속적인 질환 관리와 급성 위험에 대응해야 하는 생활상의 제약도 중요하다. 동시에 2026년에는 심장·간·장루요루·호흡기 등 내부장애의 등록기준도 

완화되었다. 장애범주 신설과 기존 기준의 조정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례다.

 

새로운 범주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의 적절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조사를 하게 되면 이러한  조사를 시행한 결과는 새 기준이 포괄한 사람과 

여전히 제외된 사람의 차이를 밝히고, 다른 질환의 인정 범위를 검토할 근거를 축적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저신장에 관한 기준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신장은 독립된 법정 장애유형으로 분류되기보다 지체장애의 ‘변형 등의 장애’에서 다뤄진다. 

2011년과 2023년 고시에는 성장이 멈춘 만 18세 이상 남성의 신장 145cm 이하, 만 16세 이상 여성의 신장 140cm 이하라는 수치가 

동일하게 제시되어 있다. 연골무형성증으로 왜소증 증상이 뚜렷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별도 조항도 있다. 

따라서 이 제도를 설명할 때 키 수치만이 유일한 인정 경로인 것처럼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일반 인구의 조사값을 비장애인만의 평균으로 간주하거나, 동일인의 키가 그만큼 자랐다는 종단적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평균 신장의 변화가 설비 높이의 상승과 접근성 저하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 키 기준의 검토에는 신체치수와 실제 생활에서의 제약을 

연결하는 자료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의 모형장애조사도 기능과 환경을 함께 측정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에 장애인 통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등록 현황과 생활실태를 다루는 자료가 있고, 신체치수 조사도 확대되고 있다. 특정 장애군의 

조사로 모든 장애유형의 변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기준의 적절성을 판단하려면 장애유형별 신체치수, 기능 제한, 환경 장벽, 지원 필요를 연결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췌장장애처럼 유형이 신설된 뒤 등록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에는 제도적 인정 범위의 확대 효과도 포함된다. 따라서 등록자 수의 증가와 실제 

건강상태나 기능제약의 악화를 구분하고, 분류 변경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조사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조사가 기준의 수정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다. 미국 접근성위원회는 휠체어 사용자의 좌석높이 자료 등을 재검토하고 당사자 의견을 수렴하여, 

2024년 접근 가능한 의료진단장비의 최저 이승높이 기준을 17인치로 정하는 규칙을 확정했다. 당사자의 실제 치수와 이용 경험으로 기존 수치를 

검증하고 수정했다는 점에서 유용한 사례다. 조사 결과를 어느 규정의 변경에 사용할지 분명히 하는 일도 증거를 수집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장애인 대상 조사는 권리보장의 기반이기도 하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31조는 협약을 이행하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통계와 연구자료의 수집, 

적절한 분류, 권리행사의 장벽 규명과 해결을 요구한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일반 인구의 신체와 생활 변화는 지속적으로 측정하면서 

장애인의 변화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이를 위해 비교조사에는 일반 인구와 공유하는 문항과 장애 특성을 반영하는 문항을 함께 두어야 한다. 연령과 성별 구성, 조사시점과 측정방법을 맞추고, 

장애유형과 원인질환별 분석을 마련해야 한다. 당사자는 문항의 내용과 조사 방식, 결과 해석에도 참여해야 한다.

 

검토의 주기도 제도화할 수 있다. 예컨대 주요 기준을 3~5년마다 종합 검토하고, 새로운 치료나 보조기술,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수시로 

점검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다만 기준 자체의 검토와 개인에게 반복 재판정을 요구하는 절차는 구분되어야 한다.

 

조사의 결과는 유지, 보완, 변경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져야 한다. 현행 수치가 지원 필요를 적절히 반영한다면 유지 근거를 공개할 수 있다. 

어떤 상태를 독립된 장애유형으로 인정하고 기존 유형의 어느 항목에서 평가할지도 정기 검토의 대상이다. 유형과 항목의 추가·통합·폐지도 그 근거와 

권리 영향을 설명하고 지원 공백을 막는 절차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예산과 집행 가능성을 논의하더라도 실제 제약에 대한 사실 판단과 정책적 선택은 

구분해 제시해야 한다.

 

장애 판정기준의 안정성은 필요한 가치다. 그러나 기준을 오래 유지했다는 사실과 현재도 타당하다는 판단은 서로 다르다. 장애인의 실제 변화에 대한 

자료 없이 변경을 주장하면 자의적 개편이 될 수 있고, 같은 자료 없이 유지를 정당화하면 배제를 놓칠 수 있다.

 

기준의 정당성을 지속시키려면 장애인의 몸과 생활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준을 검증하며, 판단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국가가 꾸준히 확인해야 할 대상에는 장애인의 상태뿐 아니라 국가가 만든 판정기준의 타당성도 포함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