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UNCRPD 이행, 장애계 평가 냉혹
정부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수준에 대한 장애계의 평가는 ‘냉혹’했다.
지난 7월 장애등급제 폐지가 됐지만, 우리나라 정책은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만 바뀌었을 뿐 유엔이 권고한 사회적 모델로의 보완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의료적 모델’에만 고립되고 있으며, 활동지원 또한 신청대상만 확대됐을 뿐 심사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
UNCRPD(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가 28일 오후2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개최, NGO연대가 작성한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초안을 공유했다.
NGO연대의 이번 민간보고서 초안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된 정부의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의 문제점을 짚고, 새로운 장애이슈를 수렴해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 ‘하나마나’, 맞춤형 ‘무늬만’
작성된 초안에 따르면, 한국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됐다고 했으나 등급을 정도로 법률용어를 변경했을 뿐, 장애인복지법에 언급된 의료적 모형에 기반을 둔 장애정의는 개정되지 않았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장애인에 대한 방문상담 및 사례관리 수행 근거 마련 등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했다고 주장한 것 또한 위원회 권고를 전혀 실행하지 않은 처사다. 이런 의료적 모델의 정책을 탈피하고자 3개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출됐으나 여전히 법률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NGO연대 이문희 보고서총괄위원장은 "등급제가 폐지됐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최근 장애등급판정 심사의원으로 갔는데, 의료적 평가 방법은 동일했다. 폐지를 통해 사각지대 해소를 바랬는데 현재 해결되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들은 이전 의료적 판정기준을 그대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장애판정기준을 수정했는지, 사회적 모델을 적용한 장애개념을 법률적으로 명시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활동지원서비스 또한 예산이 대폭 확대됐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신청대상만 전체로 넓혔을 뿐, 심사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새로 도입된 종합조사표에서 하루 최대 시간인 16.16시간을 받으려면 호흡기를 낀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시청각장애, 직장생활, 1인독거, 이동에 제약이 있으면서 승강기 없는 지하나 2층에 살고 있어야 하는 등 엄격한 기준으로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탈시설 정책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법제도 근거와 로드맵이 없고, 이를 담당할 전담부서나 인력이 없는 실효성 없는 실정이다.
이문희 위원장은 “활동지원 신청 대상만 확대됐을 뿐 심사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아 이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최대 시간을 받는 장애인도 단 한명도 없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닌 악화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활동지원 심사기준을 완화했는지, 종합조사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장애인연금 부족
제20조 ‘개인의 이동성’ 조항 관련해서는 열악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보행환경, 높은 자부담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장애인 보조기기, 제27조 ‘노동과 고용’ 조항에서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지적됐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폐지하고 임금과 최저임금 차액인 보충급여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고, 정부 또한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2015년 추진할 것을 발표했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보충급여제 또한 도입 움직임이 없다.
제28조 ‘적절한 생활수준과 사회적 보호’ 조항에서는 최저생계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장애인연금 문제가 담겼다.
이에 장애인연금 수급자격을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분리하고, 장애인연금이 일정 소득 이하의 장애인에 대해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적 완결성을 갖는 범주형 공공부조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설명하도록 했다.
마지막 제33조 ‘국내적 이행 및 감독’ 조항 관련해서는 유명무실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대신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설치하고 모든 부서의 장애인 관련 업무를 포괄하도록 하는 내용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모니터링 체제 확립 및 당사자 적극 참여 내용도 담아냈다.
한편, NGO연대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2차 초안을 작성, 오는 11월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집중 워크숍, 보고서 보완, 사전 심의 참관 등을 진행한 후, 2021년 3월 예정돼있는 심의 일정을 약 3개월 앞두고, 민간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