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가 아닌 ‘우리 이웃, 가족’ 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던 환자가 주치의 임세원 교수를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주치의는 현장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고, 다음날 모든 언론은 ‘정신병 환자의 무모한 일탈’이란 주제로 대서특필 보도에 열중했다. 우리나라 언론매체는 이 사건을 집중 부각시켜 보도했고, 전 국민에게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여러 가지 사건정황을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심을 퍼 나르고 있을 뿐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대책을 나누기 위해 개최되는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들어보면 대다수의 시민들이 ‘정신병동 강제 입원’이 답이라고 말한다. 우선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가두어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 차별의 시작 ‘정신건강복지법’
가장 먼저 정신질환자에 대해 법 규정은 어떤 시각을 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신질환 환자들은 ‘정신건강복지법(이하 정신복지법)’ 아래에서 살고 있다. 현행 정신복지법은 지난 1995년 제정 이후 수차례 부분적인 개정을 거쳐 지난 2016년 전면 개정됐다. 2016년 개정된 법의 핵심은 ‘비자의입원 통제’와 ‘지역사회 중심 정신의료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는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총 4회에 걸쳐 진행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 달 동안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토론자로 참석한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모든 토론회는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센터) 담당 직원, 또는 심리학 등 학계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참고로 보건복지부 담당 사무관도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딱 한 번 참석했을 뿐이다. 다수의 토론자로 참석한 의료계는 “국민건강공단의 의료적 수가 인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신센터는 “인력 증원과 예산 증액을 통해 정신질환 환자의 사례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정말 의료계 수가 인상과 정신센터 인력 증원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대안일까?
■ 의료계 ‘안정적 수익의 대상’, 정신센터 ‘예산 확충을 위한 수단’
정신센터는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신건강 응급 상황을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사례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지난 2008년부터 전국에 급속도로 확대됐다. 또 복지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원 강화를 이유로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예산을 매년 큰 폭으로 증액해왔다. 그런데 왜 치료받은 환자나 의료시설에서 퇴원한 환자는 없고, 장기 입원환자만 계속 늘어날까? 또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 문제는 왜 끊이질 않는 것일까?
정신질환자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정신질환에 해당하는 F 코드를 받으면, 약물복용과 입원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 된다. 병원은 환자가 오면 지속적인 약물 투약과 함께 전문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안 좋은 경우 입원을 권유한다. 그리고 잠깐일 것 같았던 입원은 장기입원으로 이어진다.
입원환자의 숫자는 결국 병원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여 퇴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장기입원을 통한 수입 관리를 목표로 운영하는 것이다.
병원은 환자에게 끊임없이 약을 투여하는 역할을 한다. 제약회사는 환자가 늘어날수록 영업이익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병원과 제약회사는 공생 공존하며 환자를 먹이사슬 구조에 올려놓고 있다.
■ 언론의 부정적, 자극적 보도로 ‘사회적 혐오와 차별 가중’
정신질환자에 대한 언론 보도는 거의 ‘테러’ 수준이다. 언론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보도하는 양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뉴스의 시각이 부정적 측면에서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신질환 사고를 보도하는 내용에서도 구체적 사실 명시나 정신질환자의 주장이 충분히 보도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양한 매체에서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정신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흥미 위주로 자극적인 기사가 성급하게 작성되어 보도되는 것이다.
■ 정신질환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이웃으로 살아가는 삶
정신질환자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면,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만드는 역할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정신질환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지원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하여 법적으로 정신장애인들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관점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신질환자를 더 이상 집이나 병원에 가둬두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함께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 같이 묻고 들어주며 진짜 이웃이 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진짜 역할이 아닐까? 정신질환자의 손을 잡아보면 그들은 우리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