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 보이는 코로나19, “장애유형별, 어떻게 대비할까?”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메르스에 이어 5년 만에 찾아온 감염병 대유행 사태로 정부의 장애인 재난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이 사례를 기록해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하고자 ‘코로나19 장애유형별 재난상황 긴급점검 간담회’를 8일 이룸센터에서 열었다.
장총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송출된 이날 간담회에는 4개 장애유형별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장총 권재현 국장이 사회를 맡고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성준 사무총장, 윤은희 한국 농아인협회 사무총장,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총장이 각 장애유형을 대표해 참석했다.
■ 국내 확진자 발생 110일째, 장애유형별 대처 동향…신장장애인 확진자 치사율 가장 높아
자리한 단체 총장들은 먼저 각 유형 장애계의 대처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부분은 ‘심리적 어려움’이었다. 복지시설의 휴관 조치이 장기화되고, 의료시설 방문에 제약이 따르면서 활동 반경이 좁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척수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좁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일상에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관절 구축으로 몸이 석고처럼 굳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재활과 활동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이 우울감의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더불어 이 총장은 협회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척수장애인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생존과 직결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형은 신장장애인이었다. 신장협회 이영정 총장의 발언에 따르면 4월 30일 기준 16명의 신장장애인 확진자 가운데 무려 15명이 사망했다. 이 총장은 “신장장애인은 격일로 투석을 해야 하고, 이식 환자의 경우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건강한 사람의 절반 수준“이라며 감염에 상당히 취약한 장애유형임을 강조했다.
농인협회 윤은희 사무총장은 “협회 안에서는 장애당사자와 수어통역사의 안전을 한 문제로 보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대응 현황을 밝혔다. 앞서 여러 기자회견과 인권 진정 등을 통해 드러난 것과 같이 청각장애인 정보 접근 및 의사소통 대책, 농학생 학습권 보장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시각협회 하성준 사무총장은 “감염 예방을 위해 비대면, 비접촉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시각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할지 의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도 벽을 더듬어봐야 한다”면서 시각장애인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뿐만 아니라 손소독제와 같은 방역물품도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병변협회 최명신 사무총장은 “뇌병변장애인들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각종 작업 치료가 필요한 아동장애인부터 외래 진료가 잦은 노령장애인까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시간적 압박이 많아져 신체적 불편함에서 비롯하는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방역물품 수급 곤란으로 이어지는 재난정보 장벽…”사회 전반적 장애감수성 부족이 문제“
장애인들이 재난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만연한 ‘장애감수성 부족’에서 비롯했다는 의견이 모였다.
시각협회 하성준 총장은 ”시각장애인이 어플 등으로 공적마스크 판매처를 확인해 찾아가는 게 어렵지만 이를 공감하고 마련된 대책은 없다”며 “지원 물품을 사전에 비축하고 마을 단위의 복지 허브를 통해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들이 복지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대면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 보조공학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보조인과 소통할 수 있는 1:1 근거리 통신장비나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한 확진자 경로 경고 시스템 등을 제안했다.
농인협회 윤은희 총장은 ”발언하는 부처 관계자와 통역사가 나란히 서있을 때 발언자만 (카메라로)잡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방송이 끊어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전체 방송시간 5% 수어통역 송출 규정을 재난방송에는 예외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척수협회 이찬우 총장은 “주민센터에서 장애인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데 꼭 당사자가 직접 가야한다더라”며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직접 오는 것보다는 별도의 전달책을 이용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공무원이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다”며 경험담을 장애감수성 부족의 실례로 들었다.
■ 장애계 요구, 관철하기 위해서는?…위기경보 단계별 대책·장애계 단일 소통창구 필요해
그렇다면 장애당사자를 위한 실질적인 재난 대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적의 소통 방안은 무엇일까?
척수협회 이찬우 총장은 ‘장애통합 소통 창구’의 마련을 제안했다. 이 총장은 “장애유형별로 각자 요구사항을 전달하려고 하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각 유형 장애계가 협력하여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장협회 이영정 총장은 “신장장애인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복지부와 질병관리과에 의견을 전달했으나 ‘관할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라며 재난대책을 제안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원스톱 시스템 창구’ 또한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